친정집에서.
어머니(86세)의 치매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. 아직은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, 매일매일 여러 가지 물건이 사라지고, 부엌의 저장 용기가 들어 있는 찬장은 작은 용기 위에 큰 용기가 겹겹이 쌓여있거나, 용기와 뚜껑이 떨어져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눈사태를 일으키기 직전이다.
생협에서 주문한 식료품이 매주 산더미처럼 도착하는데, 냉동식품은 더 이상 냉동실에 들어가지 않고 냉장고에 넣다 보니 녹아서 못쓰게 되기도 한다. 냉장고에는 지금 무가 3개가 들어 있다.
지난 주에 갔을 때 "내일 먹어라"며 만들어 놓은 무조림 냄비가 내용물 그대로 냄비 선반에 꽂혀 있는 것을 다음 주에 발견했을 때 가벼운 현기증이 났다. 한여름이 아니라 다행이다.
그것들을 보면 아...아...orz(← 왠지 모르게 오랜만에 써서 그립다)라고 생각하게 되지만, 본인도 딱히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. 단지 인지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. 그래, 어쩔 수 없다. 어쩔 수 없다.
